'40대 아저씨가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란 글이 수년 전 유행한 적이 있다. 노래방에 가지 마라. 멘토놀이 하지 마라. 가족한테 올인하지 마라…. 그로부터 시간이 많이 흘렀고 그만큼 사회도 변했다. 이제 50대이거나 50대를 앞둔, 나를 포함한 아저씨들이 하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
-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보며 울컥하거나 동병상련을 토로하지 마라.
당신은 이선균이 아니다. 그냥 이사님, 부장님, 팀장님이다. 그럴 시간 있으면 남들을 얼마나 배려해왔는지 스스로를 돌아보라.
- 말하기 좋아하는 걸 소통이라 착각하지 마라.
특히, 회식자리에서 묻지도 않은 말들을 시시콜콜 늘어놓지 마라. 부동산, 주식, 인간관계, 자식 자랑, 연애시절, 취미, 특기… 당신의 모든 것? '안물안궁'(안 물어보았고, 안 궁금하다)이다.
- 리액션(반응)을 강요하지 마라.
"내 얘기 재미없어?" "이 유머의 포인트가 뭔지 모르겠어?" 리액션을 기다리며 말로, 제스처로 압박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권력형 괴롭힘이다.
- 단톡방에 정치인 비방 글이나 짤(사진·동영상) 올리지 마라.
정치성향이 다른 이들도 함께 있음을 명심하라. 표현의 자유는 비슷한 사람들끼리 따로 단톡방 파서 즐겨라.
- 남녀 불문하고 상대방이나 제3자의 외모를 평하지 마라.
"예뻐졌네!" "요즘 좀 날씬해진 듯?" "오늘은 얼굴이 수척하네?" 칭찬도 못하냐고? 누가 당신을 보고 이렇게 말하면 좋겠는가. "요즘 배가 보기 좋게 나오셨어요!" "오늘따라 눈가의 주름이 예쁘신데요?"
- 아무 농담이나 던지지 마라.
당신이 재미있다고 상대방도 재미있을 거라 여기는 건 오판이요, 오만이다. 하나도 안 웃긴다. 99%의 망언은 '웃자고 하는 얘기'에서 나옴을 기억하라.
- 공공장소에서 목소리 높이지 마라.
사무실에서, 식당에서, 커피숍에서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직장 동료나 서비스직 종사자에게 무례한 태도로 큰 소리를 내는 것은 어른의 행동이 아니다. 삼가고, 또 삼가라.
- 후배들을 호기심 푸는 대상으로 삼지 마라.
"연애는 하고 다니니?" "결혼은 언제 할 거야?" "아버님 뭐 하시지?" 프라이버시나 정치성향에 관해 묻는 건 절대 금물이다. 대한민국은 당신의 호기심 천국이 아니다.
- MZ 세대에 대해 함부로 아는 척하지 마라.
"요즘 애들"의 성향을 멋대로 규정한 뒤 "같은 세대로서 어떻게 생각하냐?" "MZ 세대는 원래 그러냐?"는 말로 당혹스럽게 만들지 마라. 어쩌라고 하는 질문인가.
- 자녀나 젊은 후배에게 레슨프로가 되려고 하지 마라.
캐디가 되어라. 그들이 살아갈 필드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다. 그때그때 골프 채를 가져다 주고 몇 미터 남았는지만 알려줘라.
- 후회하지 마라.
결코, 잘못 살았다는 식으로 말하지 마라. 과거는 당신이 걸어온 최선이었다. 지난날에 감사하고 인생 후반전에 대비하라.
- 자신의 판단이 그릇됐음을 알고도 아닌 척 고집부리지 마라.
잘못을 깨끗이 인정하고 사과하는 자세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시니어 변호사 정명석(강기영)에게 배워라. 그게 진짜 전문가다.
- '착한 사람' 증후군에 중독되지 마라.
'악플' 좀 달리더라도 할일은 하라고 해서 지천명(知天命)인 거다.
- 별 거 아닌 일로 텔레그램 하지 마라.
그런다고 당신 하는 일이 중요해지지 않는다. '국정원 놀이'에 빠지면 사람도 망가지고 조직도 망가진다.
- 편함에 익숙해지지 마라. 워드 작업 같은 것은 직접 해라.
하루 종일 결재 한두 개 하고는 "왜 이렇게 피곤하지? 너무 일을 많이 했나?" 길게 한숨 쉬고 퇴근하는 나무늘보는 되지 마라.
- 친한 이들하고만 어울리지 마라.
고도근시가 되지 않으려면 다른 시각, 다른 경험을 가진 이들과도 만나라.
- 인격도 피부처럼 노화됨을 잊지 마라.
나이 들수록 공감능력도, 자제력도 떨어진다. 인격도 '케어'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