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본 대지진

1755년 11월 1일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에서 일어난 자연재해로 약 5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초대형 참사다
진도 8.5~9.0으로 추정되며
리스본 건물의 85%, 약 1만채가 붕괴되었다.
당시에는 좀 먹어주던 나라였던 해상강국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은 월클급 개쩌는 도시였는데
이런 도시가 한 순간에 이말년 시리즈마냥 와장창 개박살이 나버리니 다들 멘붕이 와버린 것
다들 얼마나 충격받았는지 서로 사이가 안좋던 가톨릭/성공회/개신교 생존자들끼리 서로 얼싸안고 기도하면서
엉엉 울었다는 종교대통합을 보여줌
문제는 이 모든 개지랄이 기독교의 명절인 만성절(모든 성인을 추모하는 날)에 벌어졌다는 것이다.
당시 리스본은 수도원과 성당이 빼곡하게 들어차있는 가장 종교에 충실하기로 소문난 도시였고
참사가 일어나던 당시에도 많은 사람들이 리스본 대성당에 모여서
기독교에 대한 신앙심을 드러내고 있었는데 이때 대지진과 해일이 휩쓸고가서 모조리 죽어버렸다.
보통 이런 일이 일어나면 종교인들이 그 분의 뜻을 해석하며 뭐라고 입이라도 털었을테지만
사람들은 이 엄청난 대참사에 할말을 잃어버렸다.
이건 무언가의 경고인가? 수 만명의 무고한 사람들의 죽음으로 대체 무슨 교훈을 얻어야한단 말인가?
인간의 잘못인가? 그렇다면 그 잘못은 대체 무엇이고 도대체 그 잘못을 저지르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한다는 말인가?
더 큰 선을 이루기 위한 단계인가? 수 만명이 희생되는 대가로 얻을 선이란 대체 뭐란 말인가?
기존 기독교 세계관의 붕괴가 시작되었고 유럽인들은 거대한 혼란에 빠졌다.
이런 상황 속에서 기존의 절대자 '하느님'의 뜻 만을 갈구하던 종교적 세계관에서 탈피한 계몽주의는 열렬한 지지를 받았고
사람들은 "전지전능하면서도 한없이 선하지만 대지진은 막지 않은 하느님"에 대한 깊은 회의감을 드러냈다.

그 이전까지는 교회에서 말하는 악에 대한 대가란 단지 개인적인 차원의 고통 내지는 불행 정도로 그쳤고
그래서 '이건 네 행실에 대한 경고이자 대가입니다. 더 큰 선을 이루기 위한 주님의 뜻입니다.' 이런 식으로 물타기가 가능했고
꽤 설득력있고 잘먹혔지만 리스본 사태같은 경우는 다른 문제였다.
성대한 축일을 위해 성당에 모여있던 독실하고 무고한 사람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보았고
리스본에서 그나마 재난을 피할 수 있었던 유일한 구역은 가장 타락한 곳이라고 지탄받던 집창촌 알파마였다.
대부분의 교회가 무너지고 신자들은 끔찍하게 살해되었지만 집창촌과 매춘부들만이 멀쩡하게 살아남은 아이러니가 벌어진 것이다.
이러한 아이러니한 상황에
"그럼 기존의 니들 논리대로면 벌 받은건 신자들이고 살아남은건 창녀랑 사먹충들이니까,
착하고 정의로운건 사먹충과 창녀고 나쁜건 종교 믿는 새끼들인거네?"
이런 괴랄한 자가 당착에 빠지게 되었다.
보통 이렇게 도시 단위로 갈려버리는건 소돔과 고모라 같은 신화적으로 유명한 죄악의 소굴에서나 일어날 법한 사건인데
이런 '신의 진노'가 가장 종교적인 도시를 원점타격해버리니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모든 기독교 성인들을 추모하는 기념적인 날에
가장 독실한 종교인들이 모여있는 도시에
진도 9.0의 엄청난 자연재해가 일어나서
독실한 기독교인들을 몰살해버리고
지탄받는 창녀들만이 안전하게 살아남은
기존 그리스도적 세계관의 붕괴를 가져온 엄청난 사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