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erican Tianxia
(Tianxia=天下의 보통화 발음)
미국이란 무엇인가? 세계는 트럼프가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칠 때마다 움찔하고 있다, 그러나 자국의 국익을 최우선시하는 것은 대통령으로서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아메리카 퍼스트"라는 구호의 문제점은 세계의 많은 이들에게 미국은 단순히 일개 국가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물론 미국은 국가다. 그러나 동시에 국가 이상의 존재이기도 하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일 뿐 아니라, 문화, 경제, 제도 모든 방면에서 세계의 중심이며, 어느 정도는 미국의 형상을 따라 세계는 그 자신을 개변했다고도 할 수 있다.
서구에서는 미국에 대해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마땅한 단어를 찾지 못했다. 왜냐하면 서양의 역사적 경험에서는 이런 양상을 한번도 겪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15세기경 중앙화된 한 국가에 세계는 아니지만 동아시아권이 중심으로 뭉친 적이 있었고 이는 명나라와 그 번국들과의 관계에서 보여졌다. 그 당시의 중국은 단순한 선도국이나 지역 패권국으로 부를 만한 것이 아니었다. 명나라는 미얀마로부터 일본에 이르기까지 정치, 문화 방면에서 중심이 되는 국가였다. 그리고 이것을 설명하는 단어는 바로 천하(天下)이다.
천하(天下)의 뜻은 문자 그대로 "하늘 아래 모든 것"이다. 그러나 중화 왕조 시절의 천하란 "깨어 있는 지역, 즉 화(華)의 계도를 받은 지역"만을 지칭하는 것이었으며, 화(華)란 보편적 가치들에 의해 문명화된 국가와 아닌 국가 즉 화외(華外)가 구분되었다.
이전의 천하(天下) 개념을 예로 들면 중국 문화, 즉 중화는 모든 이들이 열망하는 표준이었으며, 한문을 숙달하는 것은 동아시아에서 교양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심지어 중국어가 통용되지 않는 지역이더라도 말이다. 명나라 조정은 비중국계 번국들에게 작위를 하사했고, 이런 명목상의 책봉은 당시 동아시아 지도자들에게 필수불가결까지는 아니어도, 책봉의 부재는 집권 정당성을 취약하게 만들 수 있었다.
이런 작위들은 외국 지도자들에게 중국과의 교역을 행하게 하는 허가증 역할을 하기도 했다. 물론 당시에는 대부분의 나라가 농경 사회였으므로 국가간 교역이 활발하지 않았기 때문에 중국 시장으로의 접근은 중대한 사안까지는 아니었다. 하지만 중국과 제대로된 무역을 하려고 한다면 이는 중요한 요소였다.
그리고 현재 세계는 미국을 중심으로 동아시아만이 아닌 세계의 천하(天下)를 구성하고 있다. 이 미국의 천하(天下)는 하나의 주(州), 국가, 심지어 제국마저도 넘어선 무언가이다. 이것은 세계인들의 생활 모든 방면에 침투하고 있다. 연결된 이 세계에서, 중국의 기업들, 러시아의 대학들, 심지어 이란의 혁명군들까지 미국이 깔아 놓은 선로로 다니고 있다.
이슬람 국가(ISIS) 또한 그들의 전사들에게 안드로이드를 사용하라고 조언하고 있으며, 북한의 지도층인 김씨 일가가 애플 기기를 선호한다는 것은 매우 유명한 일화다. 세계의 많은이들이 미국과 미국의 정책 그리고 미국의 대통령에 반대할지언정, 그들의 자식들이 미국 대학에서 교육을 받고, 미국 기업에 돈을 투자하고, 미국이 창조한 SNS상에서 그들의 견해를 표하는 것을 반대하지는 않는다.
이것은 단순한 광란적인 소비주의 양태가 아니다. 세계 질서의 중심에 우뚝 선 미국은 지난 4분의1세기 동안 세계를 재정립했다. 미국은 세계 만방의 엘리트 계층들이 미국 내에서 성공을 거두어야만 국제 사회에서의 서열 상승이 가능하게끔 질서를 짜놓았다.
미국이 중심이 되는 네트워크망에서, 미국의 규칙을 따르게끔. 이는 21세기 미국을 인류 역사상 있었던 그 어떤 제국, 왕국, 연방보다도 더 강력하게 만들었다. 미국은 엄청난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 역량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한계점 또한 가지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천하는 그러하지 않다.
[중심 국가]
중국인들에게 그들의 조국인 차이나(China)를 명명하는 이름은 "중국(中國)" 말 그대로 "중앙에 위치한 왕국" 또는 산문적으로 표현해 보자면, 중심 국가 혹은 국가들이 될 것이다.(중국어에는 복수격 어형 변화가 존재하지 않는다)
중앙에 위치한 왕국은 일본, 한국, 베트남 및 대부분의 동아시아권에서 중국을 부르는 고유 명사이기도 하다. 동아시아 한자 문화권 내에서 중국은 항상 중심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이다. 가령 일본에서 일본을 부르는 명칭인 니혼은 명칭 그대로 "해가 떠오르는 나라"이다. 베트남에서 "남"은 "남쪽"을 의미하는 것이고 비엣족이 위치한 방위(方位)를 뜻하는 것이다. 비엣족은 고대 남중국의 종족 중 하나이다.
중국의 주변국들은 중국을 동아시아의 중심 국가로 인지했고, 중국의 단어인 천하(天下)를 사용해 그들이 속한 보편적 시스템을 명명했다. 중화 왕조들은 동아시아를 직접적으로 억압적인 제국으로서 군림하며 통치하지도, 지역 패권국으로서 광범위한 안보 보장 체제를 구성한 것도 아니었다. 중국의 중심성이란 그저 그 규모와 지리상의 문제이다. 중국은 광대했으며, 주변국들은 모두 그보다 작았다.
그러므로 천하(天下)는 곧 패권을 의미하는 것이라기보다 하나의 체제, 중국이 정치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동시에 그 지역권에서 문화의 중심이 되고 우위를 가지는 것이었으며, 이는 당대 동아시아 지식인들에게 특히 그러했다. 중국의 주변국들은 관학으로 유교를 채택했다. 한국과 일본의 식자들은 고전 한문을 습득했으며, 이는 곧 정부와 학문 심지어 문학에서의 언어로서 기능했다.
중국이 외교적으로 인정하여 책봉하는 순간, 지역 군벌에 지나지 않던 자가 순식간에 우러러 존경받는 군주가 될 수 있었다. 중국은 또한 막대한 경제적 역량을 이용하여 "받들던가 아니면 관계를 끊던가"라는 식으로 주변국과의 교역 관계에서 힘을 행사할 수 있었다. 중국이 군대를 국외로 파견할 때는, 정복보다는 주변국들의 한 일파나 혹은 세력을 지지하기 위한다는 이유로 보냈다. 명나라의 개창자인 홍무제는 자신의 뒤를 이을 후계자들에게 조지 워싱턴이 경고했던 "동맹의 분쟁들에 얽히는 우를 범하지 말라"는 것을 연상시키는 유서를 남기기도 했다.
해외의 국가들은 산과 바다로 분리되어 있어, 나는 후대의 황제들이 중국의 부와 힘을 남용하거나 한때의 군사적 영광에 도취되어 큰 이유 없이 주변국들에게 보내어 많은 피를 흘리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내 후대들은 이런 행위가 엄격히 금지되어야 함을 제대로 상기해야 할 것이다.
중국의 규모, 국력, 위상, 그리고 지리는 모든 동아시아 지역이 중국의 천하의 기저를 이루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러나 16세기경 유럽인들이 도착할 무렵에, 세계는 보다 훨씬 더 커 보이기 시작했다. 명나라가 멸망하던 1644년에는 중국은 더 이상 "하늘 아래 모든 것"의 중심이 아니었다. 청나라는 초기 200년 가까이, 심지어 명나라보다 강력한 힘을 보유하기도 했으나, 청은 주변국들이 보기에 문명을 규정지을 만한 도덕적 규범이 결여되어 있었다.
이 시기, 일본은 중국과의 교류로부터 완전히 문을 걸어 잠궜고, 조선의 군주들도 청의 종주권을 강력한 무력에 의해 인정했을 뿐이었다. 이에 비해, 명나라는 보편적 지성의 원천으로 가히 선망의 대상이라 부를 수 있었다. 청나라는 그저 이웃의 강력한 깡패 국가에 불과했으며, 그나마도 이후에 서구 열강과 일본에게 불평등 조약을 강요당한 피해국으로 전락해 버렸다.
현재 중국은 다시 한번 더 주요 지역 강대국으로 떠올랐다. 이전의 동아시아보다 훨씬 더 거대해진 세계에서 미국과 자웅을 겨루고 있다. 중국의 이웃 국가들은 중국의 강대국으로서의 복귀에 적응을 마쳤다. 그러나 이웃국들 중 아주 소수의 국가만이 중국과의 관계와 중국에 대한 관념을 재고했을 따름이다. 일본과 한국, 두 국가는 중국의 부상에 대해 경계하며, 미국의 외교 정책과 합을 맞추고 있다.
오직 동남아에서만이 중국이 주요 행위자라 부를 만하지만, 힘의 균형은 중국에 유리하다기보다 더 불리하게 되어 있다. 어떤 중국 철학자 자오팅양(赵汀阳)은 새로운 21세기형 천하 개념을 도입하고자 노력했는데, 이는 중국의 유교 원리에 의해 돌아가는 조화로운 세계 체제를 의미한다.
하지만 21세기의 중심 국가가 중국이 아니라는 점은 명백하다. 솔직히 말해서, 중국 학자들과 외교관들은 그들이 입안하는 계획 속에서 중국이 어떠한 특별적 지위를 가지는 것에 대해 상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은 평등한 주권에 대해서만 주창하고 있으며, 중국이 장래의 "조화로운 세계"(중국의 당시 주석인 후진타오가 2005년에 UN 연설에서 사용했던 단어)에서 특별한 역할을 하기를 피하려고까지 하고 있다.
그러나, 하늘 모든 아래의 것이 조화로운 위계 질서를 이루는 "진정한 천하"라는 개념이 그 조화를 이루고 조율할 "중심 국가"가 없이 가능하다는 말인가? 명나라가 구축했던 명의 천하를 면밀하게 살펴보자면 그러하지 못하다. 조화란 몇몇 유교적 관후함이 중심 국가의 원리에 덧대어져야 기능할지 모르나, 이것도 중심 국가가 일단 있어야 가능한 얘기 아니던가?
명나라 시대의 동아시아가 안정적이었던 것은 모든 이들이 그저 평화롭게 존중하면서 조화로운 중국과의 연방을 구성하자고 동의를 해서가 아니었다. 당시의 동아시아가 안정을 누렸던 이유는 실질적으로 모든 국제 관계가 압도적으로 영향력이 강한 명나라라는 중심 국가에 의해 조정되고 있었으며, 그 중심 국가는 단기적인 이익을 위해 그들이 가지는 중심성을 남용하지 않았을 정도로 현명했기 때문이었다.
엇비슷한 세력들이 서로 결판날 때까지 수없이 전쟁을 치른 르네상스 이후 2차 세계대전까지 유럽에서 보여준 극단적인 폭력들과 비교하자면 안정과 조화로운 세계에는 더더욱 중심 국가가 필요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오늘날, 미국은 중심 국가, 즉 국제 질서의 중국(中國)이다. 미국에 대한 회의론자들은 우리는 현재 다극화된 세계를 살고 있고, 미국이 세계에서 점유하는 GDP 비중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으며,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달러의 패권은 이미 위협받고 있는 데다, 세계는 더 이상 미국을 이전과 같이 존중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런 미국 회의론자들은 한 가지 요점을 놓치고 있다. 미국은 세계를 조율하기 위해 굳이 힘들여 지배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천하의 개념에서 명나라가 이끌었던 동아시아나 혹은 현재 미국이 만들어 놓은 미국의 세계에서는 중심 국가의 경제력, 군사력만이 천하를 지탱하는 게 아니다. 그 중심 국가가 지니는 중심성 그 자체가 지탱하는 것이다.
[세계 시민]
현 세계 체제에서 미국을 정의하는 한 가지를 꼽아 보자면, 그것은 중심성이다. 미-중 관계는 중국과 트럼프 사이에 강력한 증오가 있으리라고 추정됨에도, 여전히 어느 정도의 탈출구 또한 현 트럼프 행정부에 존재한다. 시진핑이 트럼프와 정상 회담을 벌일 당시 그의 주요 목적 중 하나는 중국 국영 은행과 어음 교환소에 미국 금융권의 자금을 끌어들이는 것이었다. 그는 트럼프에게 중국 시장으로의 접근권과 북한 문제에 대한 해결로 그가 원하는 것을 얻었다. 세계 모든 국가들, 특히 무역 주요국인 중국과 같은 국가에게는 달러 시스템으로의 접근 여부는 매우 중대한 사안이다.
세계 금융 체제에서 미국의 중심성은 그 외 세계에 강력한 레버리지를 갖게 해준다. 예컨대 현재 미국이 이란이나 러시아에 가하는 금융 제재는 전후 미국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았던 1950-60년대에 가할 수 있는 경제 제재보다 훨씬 더 효과적이다. 세계화는 세계의 상호 연결성을 증가시켰는데, 그 상호 연결성이란 그물망의 중심에 바로 미국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단순 뉴욕과 캘리포니아를 따라 흐르는 세계 금융망에 국한된 얘기만이 아니다. 세계 인터넷 트래픽의 대부분은 미국을 거쳐간다. 미국은 다른 네트워크망에서도 이 중심성으로부터 큰 이득을 취하는데, 학문, 미디어, 그리고 현재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댈 수 있는 모든 것에 그러하다. 현재 이 세계는 미국이 중심이 되지 않은 세계 네트워크망에 대해서 상상하기 어려울 지경까지 왔다.
그러나 이런 현저한 우위는 단순 사이버 공간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외국의 대학들이 미국식 학위를 제공하는 횟수는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으며, 미국 대학 혹은 영미권 대학들과 자매 결연을 맺는 것 또한 증가 추세에 있고, 미국의 인증서까지 요구하고 있다.
전 세계의 엘리트들은 그들의 자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미국식 문화와, 미국식 사고 방식을 접하게 하고 있다. 사업의 세계에서 미국식의 주주 가치론의 원리, 경영 스타일, 근로 윤리는 본받아야 할 세계 최고의 방식이 되었다. 어떤 분야에서든 세계 최고의 조직들은 기형적이라 할 만할 정도로 미국에 위치하는 비율이 높다.
이런 중심성이 초래한 결과 중 다른 하나는 미국은 단순 세계 자본의 종착지로서의 역할만이 아니라, 아니 보다 더 중요하다고 강조해야 할, 세계 사람들에게 선호되는 종착지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 현상은 특히 중국인들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현재 미국의 힘에 도전한다고 추정되는 라이벌 중 가장 강력한 국가의 시민들임에도 말이다. 30만 명 이상의 중국인 학생들이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으며, 매년 10만 명에 가까운 중국인 학생들이 미국으로 유학을 오고 있다. 하지만 이런 중국인 학생들의 물결은 미국-중국간의 새로운 연결 고리가 되어줄 미국 내 중국 원정 出産아들에 의해 추월당할 것이라 한다.
캘리포니아의 산부인과 병원들은 중국 임산부들의 의사를 고려해 주목받지 않으려고 하고 있으나, 모두가 동의하는 바는, 산부인과 사업이 번창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엄마들은 미국에서 매년 최소 1만 명에서 최대 10만 명까지 出産하고 있으며, 이들은 미국 시민권을 자동적으로 취득하게 된다.
예상치에 따르면, 이번 세기 중반 즈음에 약 2-300만 명에 달하는 미국 국적 보유 엘리트층 중국인들이 성장하고 있을 것이라고 한다. 出産 관광은 미국 영사관에서 임산부들에게 비자를 내주지 않았으므로 매우 어려웠으나, 2014년 11월을 기점으로 모든 것이 뒤바뀌었다.
미국과 중국이 이때를 기점으로 양국 시민들에게 10년간 관광 비자를 주기로 협정을 맺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중국 여자들은 결혼하기 전에 비자를 획득하여 임신할 때까지 기다린 후, 임신한지 약 9개월 초입에 들어섰을 때 미국으로 비행기를 타고 가면 된다. 이렇게 할 시, "미국 국적을 가진 아기"를 위한 시간, 복잡다단한 절차, 비용 등 모든 것을 단축할 수 있다.
중국의 "미국 국적 보유 아기"들이나 미국 대학을 졸업한 중국 엘리트층 혹은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한 여타 당 간부 등 엘리트들까지 그들은 그들 자신이 미국인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들은 미국이 중심이 되는 자본, 권력, 명예의 네트워크망에 불가분하게 엮여 있다.
마치 한 세대 전 모스크바를 떠나 영국에 정착했던 러시아 올리가르히들처럼 말이다. 그들은 그들의 자식들이 조국에 애착을 가지고 충성하리라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현실은 그런 가족들은 세계 시민으로 진화할 것이다. 바로 미국 자신의 상(像)을 투영해 건설한 초국적 공간 즉 미국 천하의 시민으로 말이다.
이 미국의 천하를 영위하는 이들, 중국과 그 외 나라들의 초국적 엘리트들은 예외 없이 미국이나 혹은 미국과 관련된 앵글로 색슨 국가들에 공통된 연결점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는 공유되는 가치들의 형성을 낳는다. 이중 가장 핵심적인 매우 미국적인 가치를 말해보자면 개개인의 자기 실현일 것이다.
국적 및 출신 배경을 초월해, 이 엘리트 계층들은 삶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개인주의적 관점을 받아들였다. "생명, 자유, 그리고 행복의 추구"는 양도할 수 없는 권리이자 매우 미국적인 가치들이나, 현재는 미국만이 가지는 독특한 가치가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보편화된 가치가 되었다. 오늘날에는, 전 세계 모든 엘리트들이 이것은 옳은 것이며, 심지어 전통적인 국가와 종교를 위한 희생보다 자기의 행복을 우선시하는 것이 도덕적이라고까지 학습했다.
개인에 방점을 두는 자기 실현 등과 미국의 중심성은 거의 전 세계의 뚜렷한 위계 질서에서 혼합되어 나타나고 있다. 학문, 예술, 사업, 금융, 기술 그리고 우리가 우리 자신과 주변인을 정의하는 모든 기준에서. 게다가 이것은 전 세계 엘리트들이 그들의 지위를 그들의 조국이 아닌 미국으로부터 부여받는 세계를 창조하고 있다.
초국적 엘리트들은 미국과 미국식 인센티브에 기반한 네트워크망 내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그 영향으로 그들은 미국을 끌어내리길 원하지 않고 있다. 그들의 가장 큰 두려움은 그러한 시스템이 바로 다른 세력들에 의해 위협받고 공격받는 것이다. 러시아 해커, 이슬람 원리주의자, 심지어 그 공격자가 미국의 대통령일지라도 자신들의 시스템이 위협받길 원하지 않는다.
[다음 미국의 세기]
1941년 미국 출판가 헨리 루시는 "20세기는 '미국의 세기'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이 말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지 못한 듯하다. "20세기는 미국이 세계의 지배적인 세력으로서 등극하는 첫 세기가 될 뿐이다." 이는 20세기가 곧 마지막 미국의 세기가 아니라는 것을 강하게 암시하고 있다.
오늘날 미국의 긍정적이고 열렬한 에너지는 사라진 듯하다. 오히려 미국 쇠퇴론과 회의론이 판치고 있으며, 근래에 나오는 각종 발언들을 훑어보면, 미국의 쇠퇴는 전적으로 중국의 도전 수위에 달려 있다고들 한다. 미래 중국 경제 전망들을 보면 중국의 1인당 GDP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인구는 미국의 4배를 유지할 거라고들 한다.
이제서야 대부분의 사람들은 중국의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있으며, 미래 경제 성장 추정에 대해 크나큰 의심을 품기 시작한다. 그러나 14억의 인구에 어떤 경제 성장률을 곱한다고 해도, 그 수치는 그야말로 굉장한 것이 될 것임 또한 틀림없다.
하지만, 중국의 인구는 이번 세기 중반에 감소할 것임이 분명하며, 미국 천하의 핵심축을 이루는 5개의 앵글로 색슨 국가들(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영국, 미국)의 인구는 성장할 것이다. 이들은 선진국 중에서는 나름 양호한 出産율과 활발한 이민자 유입 덕분에 나름 양호한 인구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물론 그런 장기적 인구 예측을 액면상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많은 불확실성 또한 상존함이 사실이다. 이런 것들이 애초에 추정치이긴 하지만.
그러나 미국의 천하 이론이 실로 옳다면, 인구 경쟁은 이미 논제 거리조차 되지 못한다. 미국의 천하로 대표되는 세계 질서의 유지를 자신의 정체성과 동일시할 중국 인민들이 점증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는 미국의 군사력에 기반하는 것이 아니다. 시리아와 우크라이나 사태가 보여주듯이 미국은 타국에서 일어나는 전쟁들을 종결시키는 데 큰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 팍스 아메리카나를 지탱하는 것은 그 기저에 깔린 미국 천하의 거미줄처럼 짜인 세계 네트워크망이다.
이 네트워크망들의 개방성으로 인해, 중국인들이 그들의 권력과 부를 획득하고 증식하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은 자신의 조국인 중국의 전쟁 수행을 성공시키는 것이 아니라, 미국으로 이민가는 것이 되었다.
미국이 부여하는 지위 경쟁을 국가 단위에서 개인 단위까지 전이시키는 데 성공함으로써, 미국의 천하는 국민 국가들을 거세시켰다고도 볼 수 있다. 국가들은 여전히 지역 행정에 주(州), 시(市), 구(區)와 같이 중요한 단위임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의 무대에서 국민 국가들은 더 이상 주요 행위자로서 활동하기 힘들어질 것이다.
국가들은 여전히 많은 행위를 하고 있다. 다만 서구에서 지금까지 목도해 왔던 것과 같은 역사를 직조해 낼 수는 없을 것이다. 정치적으로 구성된 '국가'라는 인간 집단이 권력과 영예를 위해 쟁쟁히 겨루고 다투던 그런 역사를 말이다.
"하늘 아래 모든 것"이 단일한 위계 체제에 통합되어 있다면, 사람들은 하늘로 가는 사다리를 오르려고 하지, 하늘 그 자체를 끌어내리려고 하지는 않는다. 이것이야말로 미국의 천하를 세계가 지금까지 경험했던 명나라 시대의 오래된 천하 개념을 포함한 인류 역사상 그 어떤 시스템보다 안정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 천하가 언제나 공명정대하지 않을지는 모르겠지만, 조화롭다고는 할 수 있을 것이며, 또한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이야말로 미국의 천하 그 자체이다.
원문 https://www.foreignaffairs.com/articles/2017-06-22/american-tianxia
글 퍼온곳 군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