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유머

24살에 1억 모았는데, 언니가 결혼한다고 5천만원을 달라네요

스뭇 2018. 8. 15. 0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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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pann.nate.com/talk/319596801

 

 

제목 그대로 지금 현재 24살 이제 곧 있으면 25인 여자사람입니다.

아직 결혼 안했구요. 평~생 혼자살거에요 저는

독신주의자 되기로 맘 먹은데 가족들이 한 일조 좀 해줬거든요


24살에 1억 모았다 그럼 어디 술집이나 바 같은데서 일 했냔 소리 많이 들을 것 같아 일부러 돈 있어도 주위 사람들한텐 있단 말 절대 안합니다. 그래도 빈대처럼 들러붙어서 막 빌붙어먹진 않고 지인분 친구분들 만나면 무조건 뿜빠이하거나 대부분 제가 다 내는 편입니다.


방탈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언니 결혼 문제도 포함되니 여기다 올려요 그리고 친구가 여기에 올려야 댓글 많이 달린대서 다른 사람들 의견이 궁금해서 올립니다 방탈이라면 죄송해요


저는 어렸을적부터 사업 줄창 하시는 아버지 덕분에 어떤날은 풍요하게 살다가 어떤날은 사업이 망해서 집에 빨간딱지같은거 붙혀진거 아주 어린 시절때 본 기억이 납니다


아버지 집안이 원래부터 좀 잘 사시는 편이신지라 절대 남의 밑에 들어가서 일하는 회사원같은 일 절대 하기 싫어하셨어요 저희 아버지께서. 고집도 쎄시고 자존심도 쎄셔서 자기는 오직 사업만 할꺼다라면서 자기 부모님 돈으로 툭하면 사업하시고 망하시고 또 다시 손 벌리러 가셔서 사업하시고 다시 또 망하고 그걸 몇번 반복했더니 돈 많던 아버지댁 식구들도 형편이 어려워졌어요


하도 아버지가 돈을 쉽게 생각하고 사업하다가 툭하면 망해서 엄마가 빚 갚느라 허리 졸라매고 주변 사람들한테 잔소리 듣는거 많이 봐서 어릴때부터 돈문제에 민감해지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언제 아버지가 또 망할지 모르니 초등학생 시절부터 나도 모르게 동전이나 돈 받는 족족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부모님 몰래요. 그땐 왜 그렇게 돈에 악착같이 집착했나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예전에 비해 돈에 대한 욕구가 덜한 편이지만 지금도 남들에 비해선 즐기고 사는편이 아닌지라 제 인생이 우울해요


초등학생때부터 설추석 생일 어린이날 등등 용돈 받을거리가 생기면 무조건 저금하고 엄마는 제가 알뜰해서 이쁘다며 언니들 몰래 제 통장도 만들어주었죠. 제가 미성년자이다보니 엄마 명의로 된 통장이었는데 엄마에게도 나 얼만큼 모았다~ 하고 자랑하지않고 철저하게 숨겼습니다. 왜 그랬는지 몰라요 힘들게 모은거 뺏길까봐 그랬는지 ㅎㅎ


어쨌든 집안이 그렇게 많이 쓰러질정도로 힘든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중학생때부터 공부엔 관심 없고 자잘한 알바 뛰고 다녔습니다. 물론 도서관 다닌다는 핑계로 부모님까지 속이고서요


돈만 있으면 다 해결되는 세상인 줄 알았던 것 같습니다.


아무튼 절대 남의 힘 빌리거나 제 자신에게 떳떳하지 못한 일로 돈을 이렇게 모은 것은 절대 아닙니다. 그냥 악착같이 모으다보니 그렇게 됐어요 지금은 돈이 이렇게 많은데도 그냥 우울해요 예전에 학교다닐때 그깟 버스비 몇백원 좀 아껴보겠다고 다이어트 겸 하교땐 맨날 걸어다녔거든요. 날이 덥건 춥건..

제가 더위를 잘 타는 편이긴 한데 더운날에도 걸어다녔어요. 힘들게 걸어서 아낀 버스비 같은거 모아서 분식 떡볶이 어쩌다 가끔 사먹던게 정말 그땐 너무 행복했었는데... 지금은 그런 행복 느낄수가 없네요 돈 좀 모았다고 멘탈이 바뀐건지 요즘은 걷지도 않으려해요


아무튼 서론은 여기까지이고 얼마전에 1억 모은거 엄마에게 털어놨습니다. 어머니는 언니랑 저 고등학교 졸업하기전까지 아빠 빚만 주구장창 갚아주고 다니셨는지라 목표금액 1억 채우면 제일 먼저 우리 엄마에게 알리고 싶었거든요


예상대로 우리 엄마 기특하다며 눈물도 보이시고 머리 쓰다듬어 주시고 감동하셨습니다. 아빠가 바람을 피워도, 또 사업때문에 빚을 져도, 술 먹고 술김에 엄마를 때리고 바람폈던 여자가 뻔뻔하게 우리집까지 찾아와 엄마에게 이혼해달라고 따졌을때도 우는 모습 한번 안 보이던 엄마가 우시니까 좀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저도 같이 울었습니다. 악착같이 돈만 모은 제 자신이 뿌듯했어요.


하지만 이 돈은 아빠 빚 갚아주는데 절대 쓰지 않을것이다. 오로지 내 힘으로 모은 나의 돈이다. 근데 딱 1억 달성하자마자 고생한 우리 엄마 명품백은 못하지만 비싼 옷 한벌 좋은 레스토랑 고기 한번 먹여드리고 싶다. 이래서 오랜만에 아버지 빼고 가족들끼리 외식하고 그랬습니다 레스토랑 처음 가봤어요...


어릴때 아빠 사업 잘될때 엄마는 자주 가보셨다는데 전 처음이었어요 그런곳이. 너무 좋더라구요 왜 돈 있는 사람들이 좋은건지 알것같기도 했고... 맨날 이런데서 식사하고 싶을 정도로 좋았어요


근데 비밀은 한 사람에게 말하면 바로 퍼진다고 엄마가 언니에게도 제가 1억 모았단 사실을 말했나봅니다. 언니가 내년 2월달에 결혼날짜 잡았다는데 언니는 대학가고 그러느라 모은 돈이 없답니다. 직장도 한번도 안 다녀봤구요. 알바? 그런거 한번도 해본 적 없습니다.

저는 어릴때부터 닥치는대로 일한 덕분인지 사교성도 더 좋아졌고 경제관념도 좋아져서 가계부는 고등학생때부터 썼습니다. 정확히 중3때부터인가... 언니는 인문계 저는 실업계로 진학해서 고3때 실습나가고 그때부터 쭈욱 일만 했네요


공부하는것보다 일하는게 더 재밌고 돈 버는 재미도 있고 제 적성에 잘 맞았어요. ㅎㅎ 이래서 공부 못하고 머리 나쁘면 몸이 고생하나봅니다. 근데 전 일하는게 즐겁고 사람들 만나는게 재밌어서 12시간 주간 야간 일주일마다 바껴서 일하는게 남들보다 힘들게 느껴지진 않았네요.


어쨌든 언니가 엄마에게 그 얘길 듣고 몇달전부터 자꾸 연락해서 처음엔 제 옷을 사준다더니 맛있는거 먹으러 가자 그러고 자꾸 연락합니다. 평상시엔 옷도 맨날 제가 언니 사주거든요 저같은 짠순이가 그래도 가족들에겐 관대했나봅니다


근데 저는 언니랑 그렇게 의좋은 자매는 아니고 무뚝뚝? 한 사이였던지라 둘이서 같이 밥 나가서 먹은 적도 손가락에 꼽을 정도고 옷도 완전 만원 이만원 점포정리해서 싸게 세일하는데서만 고르라더군요 그런 옷 무시하는게 아니라 이미 집에 많은데....


어쨌든 평상시보다 연락하는 횟수가 너무 많이 늘어서 직감적으로 언니 나한테 무슨 할말있냐고 말해보라니까 넌 역시 내 동생이라 눈치가 빠르다면서 자기 2월달 되기전에 식 올릴건데 남편쪽이 집 해갈 형편이 안된답니다. 그래서 집값 거의 반반으로 하기로 했는데 5000정도가 필요하다네요 ㅎㅎ 남자쪽은 8천 정도?내기로 하고


그리고 자기 치아 교정하는거 오래전부터 꿈이었는데 식 올리기전에 간단히 라미네이트부터 받으면 안돼냐고 치과비용 비싼거 알지 않냐고 한번뿐인 아름다운 결혼식 망치치않게 도와달라는데 그럼 전 제 전재산 언니 한번뿐인 결혼때문에 그동안 힘들게 모은 돈 다 날려야 하나요?


2천 정도까진 가족 이름으로 어떻게 해보겠는데 그 이상은 안돼겠다. 나도 어렵다 힘들다니까 갑자기 펑펑 울면서 가더니 일하는 도중 엄마한테 부재중 전화가 많이 왔는데 언니가 그날 이후로 방에 콕 틀어박혀서 안나온다네요. 밥도 잘 안먹고...


그냥 그대로 두라고 결혼은 자기 힘으로 해야지 왜 남이 힘들게 번 돈으로 사치부리려하냐니까 엄마는 그래도 언니도 제 자식이라고 언니 편 드는건지 자기도 처음엔 니 멋대로 그렇게 나가봐라 이랬는데 점점 시간지날수록 축 쳐지고 기운 없는 언니가 안쓰럽다고 저더러 한번만 도와달래요. 그리고 남이 힘들게 번 돈이라니, 넌 우리가 남이었냐고 예전에 1억 모았다고 엄마한테 비싼거 사주고 잘해주던 자상했던 우리 딸이 왜이렇게 돈 때문에 가족에게 차갑게 변한건지 모르겠다네요. 전 그대로인데 뭐가 변했다는건지.

.나 돈 있는거 안 순간부터 변한건 철없는 언니 뿐인 줄 알았는데 엄마도 참 많이 변했구나. 쓴 소리하고 전화 끊어버렸습니다. 근데 역시나 가족인지라 마음이 편하지가 않네요

 
 
 

차라리 그때 돈 1억 모았다고 엄마한테 말하지 말 걸 그랬습니다.


결시친 언니분들 저 같은 상황에서 무조건 그냥
돈 빌려주지마라 그러실거 아는데 쉽지가 않네요


너무 힘들게 모은 돈인지라...
아무리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서라도
그 돈을 언니 결혼식과 언니 치과비용으로 한순간에 다 써버리고 싶진 않습니다.


결혼식 부조금할때도 망설여지네요..
이번일로 결혼식에도 못 오게 하는건 아닌지..
저희 언니는 몸도 왜소하고 마음도 많이 소심해요


부디 언니가 상처 안 받게 좋게 좋게 해결하는 방법 없을까요


전 말을 조리있게 사람 기분좋게 타이르듯
말하는 성격이 아닌지라 좀 많이 어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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